사주 관법의 다양성
사주 명리학을 수 년 째 공부하면서 여러 저자의 책을 보았고, 인터넷에서 여러 상담가들의 글을 읽어 보았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거의 모두 다 적어도 조금씩은 다른 이론과 기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 종류를 따지자면 엄청나게 많다. 심지어는 통상적인 자평 명리학 외에도 또 다른 부류의 사주학이 있으며, 같은 자평 명리학 내에서도 기존 이론의 바탕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은 경우도 있다. 과연 꼭 그렇게 해야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어쨌든, 저 마다 최선을 다해 자신의 이론과 기법을 갈고 닦은 것으로 보인다. 어떤 저자들은 당당하게 자신의 관법이 최고이고 타인의 관법은 모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다. 누구의 관법이 가장 높은 적중률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려면, 그 모든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시험을 보게 하면 되겠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공부하는 사람이 직접 다양한 이론을 습득하여 임상해보고 결정하는 것이 그나마 조금 더 가능해 보인다. 그래서 필자는 여러 해 동안 여러 저자의 책으로 공부하고 비교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결론은, 제대로 된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고 적용하면 사주 풀이의 결과는 관법에 상관 없이 동일하고, 그래서 미래의 어떤 부분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 상대방의 관법을 무시할 필요도 그럴 이유도 없다. 오히려 다른 부류의 관법을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과학 기술 분야의 공부를 할 때에도, 한 가지 문제를 푸는 이론과 세부적인 방법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는데, 각각의 이론과 방법을 실수 없이 제대로 적용하면 동일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한, 문제에 따라 어떤 특정한 방법이 더 쉽고 간단한데, 굳이 복잡한 방법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
이론마다 장단점이 있는데 (물론, 제대로 된 이론들), 필자가 그 동안 공부한 책의 저자들을 나열하고 비교할 가치가 있는지는 현재 생각 중이다. 그럴 필요나 가치가 인정되면, 그 때는 현재 출판되어 있는 사주 명리학 책들은 실례를 토대로 객관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그것은 학문적인 평가와 토론이 될 것이니, 저자들은 불쾌한 감정을 갖지는 마시길 바란다. 물론, 필자 보다 나이가 많거나 경력이 많은 저자들도 있으나, 학문을 논함에 있어서 나이와 경력의 차이로 타인의 의견을 묵살하려는 전근대적인 사고 방식은 버리시길 바란다. 잘못되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누구나 비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학문을 발전시키는 지름길이다. 필자는 누군가 나서서 사주 명리학 분야의 학술대회를 만들어 논문을 발표하고 서로 토론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대한민국도 이제 학문적으로 많이 성숙했으니, 그러한 장이 정치인들의 국회 처럼 싸움판으로 변하진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학술대회에 나오는 사람들은 적어도 학자들이나 프로 술사들일 테니까.